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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2012년 대선출마자 리더십 조사published at Feb 16, 2010, Category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가 다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일본 NHK의 대하드라마 료마전(龍馬傳)이 21.2%라는 일본에서는 매우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학계와 언론계는 료마의 업적과 사상을 재조명하는데 열의를 쏟고 있다. 사실 료마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은 새로울 것이 없다. 2000년대 초반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보듯 그는 일본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나라의 미래가 불확실할 때마다 그를 떠올린다는 점에서 본다면, 지금의 료마에 대한 관심은 일상적인 존경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대를 걸었던 민주당 하토야마(鳩山) 내각에 대한 일본인들의 실망과 료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맞물려있는 것이다.
료마는 에도시대(江戶時代) 시코쿠(四國)의 작은 마을 토사 번(土佐藩)에서 천대받던 하급 무사(鄕士)의 아들로 태어났다. 19세의 나이에 넓은 세상을 보겠다는 생각 하나로 고향을 떠나 에도로 유학길에 나섰고, 당시 페리제독의 무력시위에 무기력하게 무너진 막부를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이후 막부를 타도하고자 무사들을 규합했으며, 근대 국가로서 일본의 미래를 준비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천황에게 통치권을 돌려주는 ‘대정봉환’(大政奉還)을 성사시킨다. 지금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그를 변방의 작은 섬나라에서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일본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닦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1960년대 시바 료타로(司馬 遼太郞)의 소설을 통해 그려진 료마의 모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주로 그를 사심 없이 오직 난세로부터 일본을 구하기 위해 자기를 희생한 지사(志士)로 묘사했다. 그러나 2010년 지금은 대중과 호흡하며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관대한 지도자로 그려진다. 누나나 자매들과 시와 수필을 주고받기를 즐기고, 주민들과 함께 향토의 여유로움을 즐기며,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는 인물이었다는 점이 강조되는 것이다. 즉 일본인들이 그로부터 새로운 모습의 지사(志士)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지구촌은 일본인들이 그리는 료마와 같은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낡은 트럭을 몰며 50년 민주당의 아성을 무너뜨린 스캇 브라운(Scott Brown)에게 열광한 미국 메사추세츠 유권자들과 같이,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경쟁자를 따뜻하게 설득하는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리더십을 학문적으로 ‘민주적 리더십’(democratic leadership) 또는 ‘구성적 리더십’(constructive leadership)이라고 한다. 전자가 대중으로부터 수렴된 의사를 대변하는 능력을 강조한다면, 후자는 대중들이 필요한 바를 적극적으로 설득해내는 능력을 강조한다. 즉 대중과의 거리감과 정치가 개인의 기질을 강조하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퇴조하고, 대중으로부터 출발해서 대중의 의사를 넘어 자신의 비전을 설득해내는 능력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2012년 대선출마예정자들의 수사 분석 결과는 다소 아쉬웠다. 무엇보다 정치가의 기질, 여론에 대한 불신, 대중들로부터 독립된 대표의 판단만이 강조되는 전통적인 패러다임으로부터 정치인들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에게 좌우의 이념적 갈등, 진보와 보수의 대립, 그리고 여야의 정치지형이 얼마나 족쇄가 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정치인들의 수사는 대중과 엘리트라는 이분법에 시달렸고, 그들의 정치적 비전은 대중과의 수평적 교감이 대중과의 비대칭적 전망으로 전환될 시기를 찾지 못했다. 그 결과 민중주의와 민주주의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고, 위임된 권한을 행사할 범위와 절차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물론 정치 지도자들은 민주적·구성적 리더십의 필요를 충분히 알고 있었다. 대중들에게 다가가고자하는 의지, 그리고 대중과의 상호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은 충분히 파악되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치적 판단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리더십 패러다임과 이분법적 정치지형은 강하게 영향을 미쳤다. 전체적으로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아직 민주적이고 구성적인 리더십을 갖추기에 소극적인 면모를 보였다.


분석 방법론

이번 정치인들의 텍스트 분석은 전통적인 해석학적 기법이 적용되었고, 수사학적 범주들을 바탕으로 반복되는 단어와 수사적 맥락이 기호적 분류로 유형화 되었다. 우선 기호화된 유형은 대중에 대한 인식, 대표성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정치가가 표현하고자하는 이미지로 크게 구분되었다. 이후 대중에 대한 인식은 엘리트 중심과 대중 중심을 양극으로 하는 스펙트럼에서 다섯 개의 유형으로 세분되었고, 대표성에 대한 이해는 대표의 위임된 권력을 강조하는 유형과 여론을 대변하는 기능을 강조하는 유형을 양극으로 하는 변수들의 조합을 통해 리더십 유형으로 구체화되었다.
분석 텍스트는 후보 진영으로부터 받은 자료(각종 연설문, 홍보물, 저작 등)에 자체적으로 수집한 자료(인터넷 자료 및 언론과의 인터뷰)가 보충되었다.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 분석 대상자들에게 자료를 보내 줄 것을 요청했고, 강금실 전 장관을 제외한 11인의 분석 대상자들이 모두 협조해 주었다. 요청된 자료는 당 지도부 및 공직선거 후보를 위한 당내경선에 사용한 홍보물 및 각종 연설문, 선거 본선에서 사용한 홍보물 및 각종 연설문,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시절의 활동상을 알 수 있는 의정보고서 및 홍보물, 각종 주요행사 참석 시 연설문, 그리고 후보자의 비전과 생각 등이 서술된 저서였다. 보충된 자료는 후보의 블로그 및 인터넷 홈페이지의 자료가 중심이 되었고,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출판된 저술들도 대중 인식부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신문사 및 잡지와의 인터뷰도 분석 대상으로서 텍스트에 포함되었다.
수집된 자료는 1월 6일부터 분류에 들어갔고, 1월 16일까지 1차 분류를 마쳤다. 이후 1월 20일까지 2차 분류와 기호화 작업이 진행되었고, 1월 25일과 1월 30일 두 차례에 걸쳐 텍스트 분석 결과의 심의와 토론이 있었다. 2월 1일부터 2월 9일까지 최종 보고서의 심의와 자료 검증작업이 수차례 반복되었다. 분석 과정에 참여한 인원은 연구 책임자를 포함해서 8인이 밤낮으로 동원되었고, 심의와 토론에는 기자단 4인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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